
최근 기업 HR(인사) 담당자들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조직원들의 ‘번아웃(Burnout) 관리’와 ‘회복탄력성(Resilience) 강화’다. 초연결 시대의 업무 피로도와 불확실성 속에서, 단순한 ‘휴식’을 넘어선 ‘적극적 성찰’의 공간을 찾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HRD(인적자원개발) 관점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행위가 있다. 바로 ‘걷기’다.
산티아고와 제주올레길, 사람들은 왜 걷는가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과 한국의 ‘제주올레길’은 매년 수백만 명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대표적인 걷기 명소다. 현대인들은 왜 귀중한 휴가와 시간을 내어 육체적 고단함을 자처하는 것일까.
심리학 및 HRD 전문가들은 이를 ‘물리적 단절을 통한 내면의 재연결’로 분석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른 이들은 800km에 달하는 긴 여정 동안 직급, 직업, 사회적 꼬리표를 모두 내려놓고 오직 ‘걷는 자’로서 스스로를 마주하게 된다. 제주올레길 역시 마찬가지다. 경쟁과 속도전이 지배하는 도심을 벗어나 제주의 거친 바람과 바다를 마주하며 걷는 동안, 뇌는 일상적인 업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뇌가 멍한 상태일 때 활성화되는 부위로 창의성과 자아 성찰을 관장)’를 활성화한다.
실제로 이러한 걷기 프로그램이나 힐링 워크숍에 참여한 직장인들의 반응은 매우 고무적이다. 참여자들은 “머리를 짓누르던 복잡한 문제들이 단순해지는 경험을 했다”, “육체는 피곤하지만 정신은 오히려 명료해져, 업무에 복귀할 새로운 동력을 얻었다”고 입을 모은다. 걷기라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행위가 일종의 ‘동적 명상’으로 작용하여, 소진된 에너지를 채우고 잃어버린 일의 의미를 되찾게 해주는 것이다.
과거의 땀방울이 미래의 통찰로… ‘운탄고도’가 주는 HRD적 시사점
산티아고 순례길이 종교적 성찰을, 제주올레길이 자연 속 힐링을 상징한다면, 최근 국내 HRD 담당자들과 리더들 사이에서 새롭게 주목해야 할 길로 강원도의 ‘운탄고도(運炭高道)’가 떠오르고 있다.
운탄고도는 1980년대까지 석탄을 나르던 강원도 폐광 지역(영월, 정선, 태백, 삼척)의 고산지대 길을 연결해 만든 트레킹 코스다. 해발 1,330m의 굽이치는 능선을 따라 걷는 이 길은 단순한 자연경관 이상의 묵직한 서사를 지니고 있다. 과거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광부들의 땀과 애환이 서린 검은 길이, 이제는 상처를 회복하고 푸른 숲으로 뒤덮인 치유의 길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이 직면한 위기 극복 및 변화 관리(Change Management)의 과정과 완벽하게 맞닿아 있다. 치열했던 과거의 노력을 긍정하고, 시대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가치(친환경, 지속가능성, 힐링)로 탈바꿈한 운탄고도의 생명력은 리더십 교육이나 핵심 인재 워크숍의 훌륭한 은유(Metaphor)가 된다.
조직의 다음 비전, 운탄고도에서 구상하라
HRD 담당자라면 뻔한 실내 교육장이나 일회성 레크리에이션에서 벗어나, 직원들에게 운탄고도에서의 여정을 제안해 볼 것을 권한다.
해발 1,000m가 넘는 고원에서 내려다보는 탁 트인 시야는 실무에 매몰되어 있던 구성원들에게 이른바 ‘헬리콥터 뷰(Helicopter View, 거시적 안목)’를 제공한다. 동료들과 나란히, 때로는 묵묵히 홀로 걷는 과정은 그 어떤 팀 빌딩(Team Building) 프로그램보다 강력한 연대감과 자기 성찰의 기회를 부여할 것이다.
검은 석탄길에서 생태와 치유의 길로 거듭난 운탄고도. 조직의 새로운 비전을 고민하는 리더, 번아웃을 극복하고 도약의 에너지가 필요한 구성원들에게 이보다 더 완벽한 ‘휴식과 재충전의 베이스캠프’는 없을 것이다. 다가오는 하반기, 조직의 성장을 이끌 새로운 교육 여정으로 ‘운탄고도’를 적극 검토해 보길 제안한다.
[관련 정보 및 참고 링크]
- 운탄고도1330 공식 홈페이지: 강원도 통합 트레킹 코스 안내 및 구간별 정보 확인 https://www.untan1330.com/
- 제주올레 공식 홈페이지: 코스별 정보 및 걷기 치유 프로그램 안내 https://www.jejuolle.org/
- 고용노동부 직업능력개발(HRD-Net): 근로자 웰빙 및 교육 훈련 지원 정책 참고 https://www.hrd.go.kr/



정말 공감합니다. 특히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를 들으면서,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